Oct 29, 2011

서걱거리는 요거트 젤라또라니 이건 셔벗 아냐?

생각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생각이 많다고 단정짓지 않는 이유는 사실 속을 들여다보면 일련의 생각줄기나 덩어리 대신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만이 들어있는 게 보이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면서 얼버무리는 것을 싫어한다. 말 말고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데 어휘력의 부족함을 핑계로 말줄임표, 또는 이 경우의 단골손님으로 '참 많은 생각이 들곤 해' 따위가 출몰한다. 자신만의 상징을 갖고 구체적으로 표현해내지 못하면서 우수에 찬 눈빛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저렇게 갇혀있지는 말아야지 한다. 잔뜩 꼬여있는 실타래는 누구에게나 어려움을 보내지만, 매번 그런 식으로 금붕어똥처럼 생긴 무언가를 내뱉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잠깐 난감해졌다.


커피캣에 갔더니 까만 점착테이프 재질의 고양이(들)이 재주를 넘고 있었다. 한 마리의 활동사진 같기도 여러 마리의 매스게임 장면 같기도 했다. 커피는 보기 좋았는데 좀 닝닝해서 알맞은 온도가 되자마자 쭈욱 마셔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노트북을 쓰려고 했는데 어디에도 콘센트가 없었다는 사실이 맛에 좀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플러그를 꽂고 싶지 않을 때 책을 들고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토요일의 낙성대는 북적북적 후끈거려서 얼굴의 온도가 올라갔다.



Oct 27, 2011

현기증

좁은 기숙사에서 내가 차지하는 반쪽의 공간만이 어지럽다. 화장품이 서로 비스듬하게 기대어 있고 건강식품에는 먼지가 인형들은 물구나무서기를. 별모양 펀치 두 개가 연달아 뚫려있는 모넬린의 스탬프카드는 지갑 밖으로 나와 있고.. 하나하나 열거하려고 보니까 이토록 좁은 방에 왜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놓여 있을까. "시험 끝나면"이라는 어절은 처음에는 가장 초라한 색과 모양으로 태어났는데 처음에는 가장 구석에 혼자 찌그러져 있다가 어느새 겁없는 10대 양아치가 되어 깝죽대고 있다.




Oct 26, 2011

시작

느릿느릿 햇볕을 쬐며 걸어가다가 불현듯 하얀 공간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나타났다. 3분 정도 낑낑대다가 만들었다. 허벅지가 터질 듯 퉁퉁하고 종아리는 힘을 주면 단단하게 솟아오른다. 먹을 것에 집착하고 입안에 우겨넣는 행위는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 중 하나일텐데, 아직 찾지 못한 대안책을 곧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본다. 포도즙을 쭉쭉 빨아들였고 옆에는 자그마한 귤이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