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23, 2011

더럽토

피부가 건조해져서 휴지를 잡고 문지르는 듯한 기분이 끔찍하다. 여덟시 반에 후다닥 일어나서 바나나 하나를 까먹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열시 근무라서 조금만 잘까하고 삼십 분을 더 잤다. 이러면 더 피곤해지는 게 문제인 걸 알면서도. 눈은 뜰 수 있겠는데 온 몸의 근육들이 끈 풀린 것마냥 늘어져버려서 속으로 엉엉 울며 까만 폴라티를 입고, 빨간 후드를 쓰고, 침대 아래로 철푸덕 두 발을 내딛었다. 온풍기 따위를 밤에 켜놓고 자서 그런거다. 왜 발명한 건지 의문스럽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난로가 훨씬 좋은데.

Nov 22, 2011

자괴감

섭씨 3도의 차가움 속에서 물대포를 맞는 시민들은 순식간에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검거되고, 영혼 없는 경찰들은 시민 맞추기 게임, 우산 고장내기 게임, 아스팔트 적시기 게임 등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빨간 띠 머리에 두른 강성노조만 시위하는 게 아니고 할 일 없고 못 배운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오는 게 아니다. 언론에서는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주체를 끊임없이 타자화하지만, 그렇다면 우리라는 존재는 도대체 어디까지로 묶을 수 있는걸까.

Nov 11, 2011

치즈케익의 탈을 쓴 설탕범벅

물 탄 우유를 얼린 것과 눅진한 설탕가루뭉치를 번갈아 먹었더니 한숨이 나온다. 이런 놀라운 마리아주도 드문데, 맛집 안테나가 작대기 여섯 개의 꼿꼿뻣뻣함에 잠시 마비된 게 틀림없다.

한 가지 감정을 온전히 느껴보는 건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 이름을 되뇌이다가 단어 자체의 덫에 빠져드는 순간 사고회로 전체가 마비되는 부작용은, 피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온 몸 중에서 유일하게 살이 붙을 줄 모르는 열 손가락들이 오한을 느끼고 키보드와 키스킨 사이를 갈라 파고들었다. 온갖 뒷맛이 입안을 돌아다니고 갈 곳 없는 두 다리는 책상 위에서 마름모를 그린다. 나는 이 세상에서 살아 나갈 수 있을까. 잘은 아니더라도, 오늘 만났던 어떤 사람의 미래처럼 상급, 아니 고급의 단어와 물질과 생활방식에 자연스러워질 수는 없더라도. 그저 자연스레 끝나기 전까지는 지금의 고른 숨을 계속해서 쉴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졌다. 엉덩이 대신 척추 말단으로 앉고, 단정하게 걷지 못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비틀어진 마음가짐을 한데 모아놓은 게 나인데도.

Nov 2, 2011

나는 너무 답답해서 죽어버렸다.

언젠가는 이 시간들도 기록할 수 있는 것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