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14, 2011

번인텐스

Do NOT depend on the air.

Nov 23, 2011

더럽토

피부가 건조해져서 휴지를 잡고 문지르는 듯한 기분이 끔찍하다. 여덟시 반에 후다닥 일어나서 바나나 하나를 까먹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열시 근무라서 조금만 잘까하고 삼십 분을 더 잤다. 이러면 더 피곤해지는 게 문제인 걸 알면서도. 눈은 뜰 수 있겠는데 온 몸의 근육들이 끈 풀린 것마냥 늘어져버려서 속으로 엉엉 울며 까만 폴라티를 입고, 빨간 후드를 쓰고, 침대 아래로 철푸덕 두 발을 내딛었다. 온풍기 따위를 밤에 켜놓고 자서 그런거다. 왜 발명한 건지 의문스럽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난로가 훨씬 좋은데.

Nov 22, 2011

자괴감

섭씨 3도의 차가움 속에서 물대포를 맞는 시민들은 순식간에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검거되고, 영혼 없는 경찰들은 시민 맞추기 게임, 우산 고장내기 게임, 아스팔트 적시기 게임 등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빨간 띠 머리에 두른 강성노조만 시위하는 게 아니고 할 일 없고 못 배운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오는 게 아니다. 언론에서는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주체를 끊임없이 타자화하지만, 그렇다면 우리라는 존재는 도대체 어디까지로 묶을 수 있는걸까.

Nov 11, 2011

치즈케익의 탈을 쓴 설탕범벅

물 탄 우유를 얼린 것과 눅진한 설탕가루뭉치를 번갈아 먹었더니 한숨이 나온다. 이런 놀라운 마리아주도 드문데, 맛집 안테나가 작대기 여섯 개의 꼿꼿뻣뻣함에 잠시 마비된 게 틀림없다.

한 가지 감정을 온전히 느껴보는 건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 이름을 되뇌이다가 단어 자체의 덫에 빠져드는 순간 사고회로 전체가 마비되는 부작용은, 피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온 몸 중에서 유일하게 살이 붙을 줄 모르는 열 손가락들이 오한을 느끼고 키보드와 키스킨 사이를 갈라 파고들었다. 온갖 뒷맛이 입안을 돌아다니고 갈 곳 없는 두 다리는 책상 위에서 마름모를 그린다. 나는 이 세상에서 살아 나갈 수 있을까. 잘은 아니더라도, 오늘 만났던 어떤 사람의 미래처럼 상급, 아니 고급의 단어와 물질과 생활방식에 자연스러워질 수는 없더라도. 그저 자연스레 끝나기 전까지는 지금의 고른 숨을 계속해서 쉴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졌다. 엉덩이 대신 척추 말단으로 앉고, 단정하게 걷지 못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비틀어진 마음가짐을 한데 모아놓은 게 나인데도.

Nov 2, 2011

나는 너무 답답해서 죽어버렸다.

언젠가는 이 시간들도 기록할 수 있는 것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Oct 29, 2011

서걱거리는 요거트 젤라또라니 이건 셔벗 아냐?

생각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생각이 많다고 단정짓지 않는 이유는 사실 속을 들여다보면 일련의 생각줄기나 덩어리 대신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만이 들어있는 게 보이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면서 얼버무리는 것을 싫어한다. 말 말고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데 어휘력의 부족함을 핑계로 말줄임표, 또는 이 경우의 단골손님으로 '참 많은 생각이 들곤 해' 따위가 출몰한다. 자신만의 상징을 갖고 구체적으로 표현해내지 못하면서 우수에 찬 눈빛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저렇게 갇혀있지는 말아야지 한다. 잔뜩 꼬여있는 실타래는 누구에게나 어려움을 보내지만, 매번 그런 식으로 금붕어똥처럼 생긴 무언가를 내뱉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잠깐 난감해졌다.


커피캣에 갔더니 까만 점착테이프 재질의 고양이(들)이 재주를 넘고 있었다. 한 마리의 활동사진 같기도 여러 마리의 매스게임 장면 같기도 했다. 커피는 보기 좋았는데 좀 닝닝해서 알맞은 온도가 되자마자 쭈욱 마셔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노트북을 쓰려고 했는데 어디에도 콘센트가 없었다는 사실이 맛에 좀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플러그를 꽂고 싶지 않을 때 책을 들고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토요일의 낙성대는 북적북적 후끈거려서 얼굴의 온도가 올라갔다.



Oct 27, 2011

현기증

좁은 기숙사에서 내가 차지하는 반쪽의 공간만이 어지럽다. 화장품이 서로 비스듬하게 기대어 있고 건강식품에는 먼지가 인형들은 물구나무서기를. 별모양 펀치 두 개가 연달아 뚫려있는 모넬린의 스탬프카드는 지갑 밖으로 나와 있고.. 하나하나 열거하려고 보니까 이토록 좁은 방에 왜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놓여 있을까. "시험 끝나면"이라는 어절은 처음에는 가장 초라한 색과 모양으로 태어났는데 처음에는 가장 구석에 혼자 찌그러져 있다가 어느새 겁없는 10대 양아치가 되어 깝죽대고 있다.




Oct 26, 2011

시작

느릿느릿 햇볕을 쬐며 걸어가다가 불현듯 하얀 공간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나타났다. 3분 정도 낑낑대다가 만들었다. 허벅지가 터질 듯 퉁퉁하고 종아리는 힘을 주면 단단하게 솟아오른다. 먹을 것에 집착하고 입안에 우겨넣는 행위는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 중 하나일텐데, 아직 찾지 못한 대안책을 곧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본다. 포도즙을 쭉쭉 빨아들였고 옆에는 자그마한 귤이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