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1, 2012

Nell's Season: Standing in the rain



공연후기? 
그냥. 기억이 스러지는 중이라서 붙잡으려고 낑낑대는 작업. 



내 자리는 1층 1열 7번. 
생각했던 것보다도 무대랑 자리가 가까웠다. 왜 '소극장 공연' 이라고 말했는지 느낌이 왔다. 착석하면서 음 설마 스탠딩을 안 하지는 않겠지 생각했는데 일단 앉은 채로 공연 시작.

첫째 날이라 그런지 멤버들 컨디션이 굉장히 좋은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완자 목소리는 쉬거나 갈라지는 일이 가끔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부분이 전혀 없어서 귀가 엄청 호강하고 왔다. 1부 어떤 곡에서 한 5초쯤 마이크가 살짝 나갔던 것 같은데 난 앞이니까 어쨌든 들렸고.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았다.


1부 
Slip Away/멀어지다/Act 5/Movie/미련에게(let's take a walk ver.)/Go/Beautiful Stranger

2부
기억을 걷는 시간/In Days Gone By/Stay/Tokyo/치유/Meaningless/인어의 별/Hopeless Valentine/한계/Cliff Parade/백색왜성(let's take a walk ver.)/믿어선 안될 말/Standing in the Rain/그리고, 남겨진 것들(앵콜)


1부는 보다시피.. 아니 뭐 2부도 그랬지만 특히나 안 하던 곡 위주+덜 rocking해서 완자가 몇 곡 하고서 "이런 분위기를 기대하고 오진 않았겠죠" 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멋쩍게 웃었다. 그래서 그 담 곡은 promise me라도 할 줄 알았더니 쭉 조용조용하게 갔다. slip away랑 멀어지다 조합이 은근 연결이 잘 되는 히든카드였다. 가만히 앉아서 이 곡을 공연에서 하다니! 라는 느낌으로 공연에 취해 있었다. 시간이 정말정말 빨리 지나갔다. 몇 곡 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적어보니 은근 많이 했네? 싶다. 

Act 5는 사실 '해줬으면' 하는 라이브 목록에 없을 정도로 할 거라는 생각을 못 했는데. 'Sharing heart and soul / sharing blood and bone / that's what lovers do, that's what lovers do' 이 부분을 눈 앞에서 보고 듣다니 우와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들어... Movie는 얼마전에 넬동에서 라이브파일이 있는 걸 들어보고 갔는데 어라 설마 그 글을 본건가? 이런 생각도. The Lines를 못 간 나는 어느 날 새벽, 공연의 일부를 유튭에서 감상하면서 열폭했는데 그 때 Beautiful Stranger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더랬다. 그랬기에 이번에 볼 수 있어서 행복했던, 박력있는 라이브였다. 


2부는 그래도 자주 셋리스트에 오르거나 신나는 곡들 사이에 또 잘 안하는 곡들이 섞여있었다. 시작하면서 '이제 일어나도 될 것 같은데' 라고 완자가 말하니까 우루루루루 흘낏 뒤를 돌아봤는데 2층 저기 끝까지 다 일어났던 것 같다. 

Tokyo 정말 이번엔 뭔가 하우스 쪽으로 편곡을 한 것 같더라니 작업하면서 놀 수 없는(clubbing) 재우 씨를 위해(아마 멤버 전부를 위해) 이렇게 작업해 보았다는 완자의 말. 결과물은 물론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Stay는 공연 때 완자가 자기 기타치면서 하는 건 두번째라고(!) 보통 객석에서 하이파이브 하니까. 끄덕끄덕 그렇지만 또 객석 돌아다니는 것두 좋았을텐데. 완자도 좋아하는 곡이라는 치유!! 저거 뮤비도 찍었을 텐데 라이브는 은근 안해서..이 때 무대에서 은색 봉 여러 개가 내려왔던 것 같다. 

와..다음으로 이어지는 곡이 Meaningless였는데...! 이 곡 하나로도 난 10만원이 아깝지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힐링 앨범에 정말로 좋아하는 곡들이 많은 반면에 하는 곡들만 늘 해서 (물론 그 곡들도 들어도 들어도 또 좋지만) 언제쯤 들려주려나 했더니 우와아아아아 으아아아 가사 들으면서 인생무상 모드가 잠깐 찾아온 건 부작용. 그리고 인어의 별. 개인적으로 백색왜성이랑 비슷한 화자가 부르는 시리즈 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제나 백색왜성만 하는 게 못내 아쉬웠는데 이번에 기어이 해 줘서 중학교 시절 생각도 나고 그랬다. 두 곡 다 가사가 아름다우면서 파괴적이라서 사춘기 감수성 엄청 자극하는 그런 곡이었는데. 

이어지는 곡으로 '좋기도 하지만 가끔은 성가시고 좀 그런' 대상에 대한 이야기라고 운을 떼더니 오오 신이시여 오오 한계도 라이브한다.. 아니 이건 말도 안되는 조합이라고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이럴수가! 를 마음속으로만 외치면서 또 행복하게 듣고 입모양으로 따라하고. 아 한계는 쉬어가는 느낌으로 넣은 것 같은데 "정작 쉬어야 할 건 난데 나머지 멤버들이 뻗었다"고 말하는 완자.. 훈자는 무대에 드러누워서 기절한 포즈 취하고 팬들 끼야아 쓰러지고. 음 그래도 쉬어야 한다더니 노래 잘만 부르던 완자. Cliff Parade가 이어졌는데 올해 초에 티저로 한 30초짜리 영상을 이 곡으로 내서 안 들리는 가사 받아적던 생각이 났다. 

들어도 들어도 언제나 라이브하지만 또 그렇게나 좋은 곡의 대표 백색왜성-믿어선 안 될 말 두 곡. 백색왜성 때는 조명 바뀌는 것도 그렇고 늘 한결같은데도 그냥 그게 아름답고 항상 눈물이 난다. 믿어선 안될 말은 당연히 빨간! 조명에 롹킹롹킹 롹 론리이... 그러고 보니 이번 공연 락리가 엄청 잘생겨 보였는데 난 반대쪽이라 너무 멀어서 안타까웠다. 그치만 중간중간 조명감독님은 훈자 쪽을 비춰주셨고.. 보통 락리보다는 훈자가 말을 많이 곧잘 하는 편이니까. 아참, Cliff Parade 들어가기 전에 "안녕하세요 저는 감정이 없어요. 여러분 저에게 감정을 주세요. 저는 멤버들이 어제 구입한 로보트입니다. 쓰레기죠." 이런 귀여운 멘트를 중얼중얼 웅얼웅얼거려서 녹아내릴 뻔 했다 아아아아아아아

공식적인 마지막 곡이 믿어선 안될 말이었지만 우리에겐 늘 앵콜이 있지.. 외쳐 앵콜! 한참 있다가 다시 나와서는 1부 때처럼 다들 의자에 앉아서 어쿠스틱 베이스/기타 들고 마지막 곡 Standing in the Rain을 했다. 공연장 앞 포토존에 우산이 소품으로 비치되어 있길래 비 오는 거 아닌가 했는데 정말로 공연장에 비가 왔다. 헤헤. 무대 끝부분에 배수구랑 호스같은 게 있더라니 비가 쭉쭉 쭉 쏴아아아 잘도 내렸고 난 맨앞이니까 역시 쫄딱 맞아서 바지랑 셔츠가 푹 젖었는데 Standing in the Rain 할 수 있어서 행 복 했 다. 우산 들고 갔었는데 펴들 걸 그랬나보다. 


으 적다보니.. 역시 아직 감정선이 정리가 되려면 멀었겠다 싶다 글이 정리가 안되네 근데 어차피 귀찮아서 정리도 안 할 거잖아? 그냥 이쯤에서 마무리해야지 데헷


+

완은 소극장 공연답게, 1) 어떻게든 더 많이 말을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고 2) 마지막에 객석 카메라로 찰칵 찰칵 몇 장 담아가더라. Christmas in Nell's Room (몇번째지 이번이?)도 이런 분위기에서 하면 좋을텐데 티켓팅은 더 힘들어지고 나는 또 호갱이 되고 배고프고 춥고...

앵콜곡이자 공연 제목이기도 한 그 곡을 하러 나와서는 꽤 길게 말을 했다. 자기도 예전엔 일이 잘 안 풀린다던가 할 때 '지랄발광'했는데, 상황을 깨부수는 것보다 그냥 그렇게 지나가게 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뭐 이런 내용의 멘트였는데 그래서인지 무대에 비가 쏟아져서 객석으로 튀어도 모두들 그렇게 맞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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